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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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작년 7월이었다.

한 노부부가 학교 앞 갑천을 따라
해가 지는 속도보다,
그림자가 자라는 속도보다
느리게, 더욱 느리게…

흐르는 물에게 앞을 내어주면서
그렇게 걷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멋스러운 빵모자를
땀이 덮은 이마에 걸치고 있었다.
옆에 있는 할머니가 골라준 것임에
틀림이 없었을 것이다.

빛이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해질녘은
나에게도 참 더운 시간이었다.
그 찰나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생겼을
노부부의 주름 사이로 땀이 흘렀다.

할머니가 뒤쳐지는 걸 느낀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 없이, 스르륵
해를 마주하고 할머니를 등지는 위치로 가
다시 걸으면서 손을 등 뒤로 내밀었다.

할머니도 아무런 말 없이
그 손을 잡고서
할아버지의 왼발과 오른발에
맞춰서 그저 걸었다.

아,
저게 바로 같이 걷는다는 것이겠다.

약간의 침묵이 지난 뒤에
헛기침을 하고 할아버지가
그 색색의 빵모자를 벗고는
멋쩍게 말했다.

‘내 이러려고 살이 찌고 덩치가 커졌나 보오, 임자.’

할아버지가 눈 앞에 해를 두고 만든
그 둥그런 그림자로
할머니를 시원하게 덮었다는 것에
크나큰 가치를 느낀 것일까.

할머니의 표정을 보진 못했지만
알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어쩌면 저게 바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흔하지 않은 영원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지나갔던
7월의 풍경이 하나 있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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