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가정편

2015020610115318604-540x788

내가 삼시세끼 어촌 편을 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차승원이 차줌마라는 별명을 얻고 제육볶음으로 한바탕 화제를 불러일으킨 뒤였다. 유해진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와서 푸짐한 식재료를 구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고 손호준은 유해진이 밖에 나가 있는 동안 강아지, 고양이와 놀거나 차승원의 요리나 기타 일들을 거들었고 ‘삼시세끼’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매 끼니를 만들어내는 것은 일부를 제외하면 전부 차승원이 만들어냈다. ‘이게 뭐라고.’ 싶으면서도 계속해서 보게 되는 맛이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역시 나영석 PD가 만들면 다른 건가.‘ 했다. 내 가족들은 나보다 TV를 더 열심히 봤었고 나보다 더 애청자들이었다. 내가 보기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푹 빠져있었다. 한번은 가족들이 다 같이 삼시세끼를 모여서 시청했었다. 가족들 모두가 조용히 보고 있는 가운데, 엄마만이 한마디씩을 장면마다 얹었다. 생선을 잡아 오는 유해진을 보면서 ‘아유 저 생선은 비늘이 두꺼운 거면 더 맛있던데.’. 밥을 하는 장면이 나오면 ‘이번에는 밥이 조금 더 고두밥으로 된 거 같은데? 저럴 때는 …’ 하시고, TV 속의 그들이 밥을 다 먹으면 다음 메뉴는 무엇으로 할지를 제일 궁금해하던 것도 엄마셨다. 나는 속으로 ‘우리 엄마는 아는 것도 참 많기도 하지…’ 하고 그냥 넘어갔었더랬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다 아실 수밖에 없었다. 삼시세끼에서 인물들이 하는 저 모든 것들을 엄마는 그동안 ‘전업주부’라는 이름 아래에 오롯이 혼자서 다 소화하셨기 때문이었다.

11

일단 삼시세끼의 인물들이 하는 일들을 상세히 살펴보자. 일단 끼니의 식단을 정해서 재료를 구해와서 요리를 만든다. 설거지하고 청소를 하고 다음 끼니는 무엇을 먹을지 생각해서 바로 준비를 해야 한다. (사실 방송에서 메뉴는 PD가 정해준다. 이렇게 정해지는 게 오히려 일은 줄어든다) 물론 방송에 관련한 일들도 더 있겠지만, 주요 골자들만 보면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전부터 한국 여성들은 집안일을 맡아왔고 가부장적인 문화가 널리 퍼져 있을 적에는 그 이유로 천대까지 받았었다. 요즘에도 여자가 집안일을 맡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식과 집안일이라는 일의 가치는 여전히 바깥에서 하는 밥벌이보다는 못하다는 평가를 흔히 받고 있다. 집에만 있으면 편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백번 양보해서 그 말이 맞다 치더라도 집안일이 중요하고 어렵고 중노동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가정주부들에게는 이렇게 끼니를 만들고 먹고 치우는 일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일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집안에 떨어진 물품들은 없는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우리는 우리의 물건이 어디 있는지를 모를 때, 엄마를 먼저 찾는다) 그 물건들을 사야 하면 남편의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때는 혼자 사와야 한다. 남편의 건강과 상태도 챙겨야 하고 맞벌이 부부라면 ‘밥벌이’까지 더해진다. 그녀들은 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고 아파도 병원을 다녀오는 것에 대해서도 가족들의 눈치를 본다.

대단하지 않은가? 문제는 더 큰 일들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로 ‘육아’다. 아이를 잉태하고 낳는 것도 여자의 몫이다. 더해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은 엄마의 보살핌을 더 필요로 한다. 면역력은 성인보다 더 약하니 아플 때도 잦고 먹는 것에는 더 신경 써야 하며 기저귀도 갈아주고 자식들이 부리는 말썽에 대해 수습도 해야 한다. 잠도 줄어든다. 더해서 그들은 집안을 벗어나기 힘들고 밖으로 나가더라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가까운 곳으로만 나설 수 있다. 전업주부는 절대 만만한 직책이 아니다. 이들이 있기에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밥을 제때에 먹고 청결한 환경에서 잠을 자고 몸을 씻은 뒤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집안일’을 직장 생활과 같은 노동으로 보지 않는 것일까?

money

내 생각에 전업주부들이 ‘임금’을 받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자식들이 점점 집에 들어오지 않고 혼인적령기가 되어 결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떠나는 걸 보면서 허탈해하는 정도는 보통 아빠들보다는 엄마들이 더하다. 직장인인 혹은 직장인이었던 아버지들에게는 직장 동료라도 있지만,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전업 주부 엄마에게는 다시 텅 빈 집안만이 남을 뿐이다. 말벗도 없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만 소리를 채울 뿐이다. 정량하기도 힘든 노동을 했지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이런 것들을 호소하면 ‘나도 그랬었다.’, ‘어쩔 수 있겠느냐?’ 등의 일반화를 강요하거나 ‘모성애’라는 말로 소위 퉁치려고 한다. 물론 이 전업주부의 일들은 대부분 상업화가 되어있다. 밥은 식당, 빨래는 세탁소, 청소는 업체 등등. 허나 이 모든 일은 돈을 대가로 내고서 받는 서비스들이다. 그런데 왜 전업주부들은 공짜로 일들을 해야 하는가? 가족이라는,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은 보상을 받는 일이라고 한다면 이건 명백한 ‘노동 착취’가 아닌가? 효도라는 건 어쩌면 이런 공허함을 달래주기 위한 자식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전업 주부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해주기는 한다. ‘이혼할 때.’라는 게 문제다. 가정 주부는 총 재산의 30% 정도를 할당해주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는 50%라고 한다.(XSFM 그것은 알기 싫다. –주부 인프라코어) 허나, 30%. 전업주부의 노동 가치는 부부재산의 반절보다 20%나 낮다. 심지어 GDP를 환산할 때에도 이들의 노동 가치는 포함되지도 않는다.

만약 전업 주부들이 자신의 노동 가치에 대해서 임금을 받는다면 어떨까? 준다면 그녀들은 얼마 정도의 노동가치를 받아야 할까? 그 노동의 강도와 양, 필요성… 이 모든 걸 고려해본다면 말이다. 여러분들은 지금 그동안 고생하신 당신의 어머니께서 전업주부시라면 얼마의 돈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매년 어버이날마다 느끼는 빚을 진 느낌에는 어느 정도의 희생이 녹아든 것일까?

201505081547247933_h

요즘에는 어버이날이 되거나 엄마의 생일이 돌아올 때면, 당신께서는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하신다. 그중에서 절반 이상은 교육 차원으로 그랬던 거라며 돌려주시고 나머지는 그 돈으로 다시 음식재료를 사오셔서 저녁을 만들어주신다. 처음에는 불만스러웠지만, 이젠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께는 결국 자식들만 남고 다른 것들에는 아무런 의미가 남아 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더해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측도 우리밖에 없는 것이다. 꽃으로 퉁치진 말자. 그건 식상하기도 하고 옳지 않을 것이다.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